KOBICian’s Story

- 작성자 하경수 (KOBIC 선임기술원)
- 작성일2025-08-18 00:00:00
- 조회수116
- 댓글수0
― 바이오소재 다부처 회의 개최 업무와 ANRRC 간사 경험을 중심으로 ―
국제 행사를 준비하거나 다부처 회의를 진행하는 일은 겉으로 보면 화려하고 정돈된 과정처럼 보입니다. 회의장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자료, 반듯한 명패와 준비된 음료, 그리고 시간을 맞춰 들어오는 참석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뒤에는 오랜 준비,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의 싸움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여러 부처와의 협력을 위한 다부처 바이오소재 중앙은행 협의회와 바이오소재 성과교류회, 그리고 아시아 생물자원센터 네트워크(Asian Network of Research Resource Centers, ANRRC)의 국제행사를 주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한 ‘행사 준비’ 이상의 일이 포함됩니다.
1. 다부처 소통: 같은 국어를 쓰지만 다른 세계
바이오소재 분야는 학문적·산업적으로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그래서 한 부처가 전담하지 않고 여러 부처가 연계해 사업을 수행합니다. 문제는 각 부처가 같은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세부 목표나 우선순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업무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중립적이면서도 명확한 의사전달’입니다. 어느 한쪽의 용어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서로 다른 관점을 아우를 수 있는 표현을 선택하고, 회의 전 자료를 공유해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준비합니다.
2. 국제 협력: 시차보다 어려운 것은 문화차
ANRRC 간사로서 EB(Executive Board) 멤버들과 연락할 때 시차는 기본 난관입니다. 아시아권의 경우 2~3시간 차이지만, 호주처럼 낮과 밤이 완전히 반대인 경우에는 메일을 보내고 회신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진짜 어려운 것은 시차보다 문화 차이입니다. 어떤 나라는 이메일 회신이 빠르고 간결한 반면, 어떤 나라는 답변이 거의 오지 않기도 합니다. 또 회의 초대장에 단체 대표 등의 기관을 대표하는 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회신 없이 참석을 확정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각 나라의 관례를 존중하되, 기본 절차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각 멤버가 편한 방식으로 대응하되, 우리 내부에서는 반드시 문서 기록을 남기고 공유합니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 간 민감한 이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대만을 ‘Taiwan’이라고 표기해도 문제가 없지만, 회의 참석자 중 중화권이 있다면 ‘Republic of China(중화민국)’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행사 주관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
국내외 행사 개최에서 가장 큰 고충은 ‘예상치 못한 상황’입니다.
한 번은 행사가 이미 시작됐는데 발표자가 자료를 전달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발표자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발표 순서를 갑자기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제 행사에서는 통역 장비나 네트워크 환경에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래서 저는 발표자나 참석자들에게 항상 두세 차례 사전 연락을 합니다. 발표 자료 제출 기한을 충분히 두어 발표자가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행사 1개월 전, 1주일 전, 전날, 그리고 당일에도 가능하면 유선 연락을 취해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합니다.
그 외적으로 이와 같이 큰 규모의 행사를 치르려면 이런 전문 업체와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아주 좁게는 음향이나 영상 장비 설치·운영만 맡길 수도 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영역에서 관여하게 되고, 심지어 회의 분위기 조성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발표자 프롬프트 제공이나 프로그램 사이의 배경음악 준비 등과 같은 부분입니다. 또한 행사를 진행하는 초기 단계부터 행사의 분위기에 맞는 색상의 조정 및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 참여와 지원을 받아 진행합니다. 이러한 협력은 현장에서의 변수를 줄이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렇게 변수를 줄이려 노력하더라도, 행사 당일 갑작스럽게 생기는 상황에는 여전히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4. 배운 점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행사의 성공 여부는 ‘행사 당일’이 아니라 ‘그 전의 준비 과정’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부처 간 이해관계를 미리 조율하고, 국제 파트너와 신뢰를 쌓으며, 모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 이것이 진짜 핵심입니다.
또한 주최 측이 항상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 오히려 참가자가 편안하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하다. 결국 성공적인 회의나 행사는 ‘잘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냅니다.
5. 맺으며
앞으로도 저는 다부처와 국제 네트워크를 잇는 ‘연결자’ 역할을 계속할 것입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이해관계를 하나의 목표로 모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은 큽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는 또 다른 행사와 협력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다른 KOBICian’s Story 보기

9월 22일부터 이틀 동안 KOBIC 3층의 전산교육장에서는 UST 학생연구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파이썬 및 생물정보통계)이 열립니다. 연구원 식구들조차도 이렇게 멋진 시설이 공동활용까지 된다는 사실을 많이 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2019년 11월 KOBIC 신축 건물 준공과 동시에 정식 오픈한 KOBIC 전산교육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획부터 설계, 구축, 운영 기준 수립까지 전 과정을 내부에서 주도하였으며, 단순히 교육용 컴퓨터가 놓인 강의실이 아니라 실제 연구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전산 실습형 교육 인프라로 만드는 데 집중하여 설계 및 구축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 많은 전산교육장이 겪어 온 구조적 한계를 면밀히 분석하였습니다. 좌석과 장비 부족으로 다수 인원이 동시에 실습하기 어려웠던 점, 수평적 좌석 배치로 인해 앞사람으로 프로젝터 화면이 가려져 불편했던 점, 저해상도 모니터를 비롯한 저성능의 수강생 컴퓨터, 부족한 네트워크 대역폭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동시에 다루기 어려웠던 점, 전용 실습 서버 부재로 수강생 컴퓨터에 임시 가상 환경 구성과 제한된 용량으로 인한 체험형 교육 진행으로 수강 성취도가 낮아졌던 점, 그리고 이를 상시 관리할 전담 인력이 부족해 관리 부실과 운영 품질이 낮다는 점 등이 대표적입니다. KOBIC 전산교육장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부터 손보는 것을 목표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간 구성, 장비 배치, 네트워크 대역폭 증설, 전용 실습 전산장비 구축, 자동화 기반 운영 체계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교육장을 구축하였습니다.
공간 계획은 신축 건물 설계부터 시야와 동선의 효율을 최우선에 두어 설계하였습니다. KOBIC 전산교육장은 239.56 ㎡(약 72평) 공간에 강사 1석, 수강생 53석 총 54석을 배치하되 좌석 간격을 충분히 확보해 자연스러운 이동과 협업이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특히 2.5인 테이블 기준으로 각 테이블마다 수강생 2인당 1대의 공유형 중앙 모니터를 배치하고, 천장형 보조 모니터 2대를 추가하여 수강생은 빔 프로젝트 스크린 화면을 직접 보지 않더라도 어느 자리에서든 동일한 품질로 화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빔 프로젝터, 전자칠판, 중앙 공유형 모니터, 수강생 모니터 모두 2K 이상 고해상도를 지원하여 기존의 저 해상도에서 문제 되었던 강의(Bio-Express 교육 등)를 개선하여 일반 강의뿐 아니라 고해상도 화면이 필요한 강의도 원활히 수강할 수 있는 전산 실습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핵심 인프라는 전산 실습용 전용 인프라 접근성, 처리 성능 및 강좌 맞춤형 이미지 배포에 맞춰 구성하였습니다. 데이터센터 1층 서버실과 교육장 사이에 40Gb/s 전용 네트워크 회선을 구축하여 모든 수강생 컴퓨터에서 동시에 요청하여 처리하더라도 대용량 데이터에 대한 지연과 병목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층 서버실에는 전용 전산 실습 서버 10대를 포함하여 K-BDS 플랫폼, Bio-Express 등을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강좌 별 요구사항에 맞게 고성능, 고대역폭 전산 실습 서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용 전산 실습 서버는 각 강좌마다 다양한 운영체제, 프로그램, 수강생 수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전 검증된 템플릿/이미지 기반 배포 시스템을 사용하여 동일 환경을 제공하여 전용 인프라를 탄력적으로 할당하고 있습니다.
적은 수의 인력으로 전산교육장까지 담당하기 위하여 전산교육장 운영 자동화 시스템은 필수였습니다. 전산교육장의 모든 수강생 PC는 원격에서 일괄 전원 On/Off와 스케줄 관리가 가능하며, 하드디스크 복제 기능으로 수업 종료 후 자동으로 초기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윈도우 업데이트는 사전 검증·단계적 배포로 안정성 및 효율성을 확보했고, 스크립트 기반 프로그램 설치와 교육 자료·실습 데이터의 일괄 배포도 자동화했습니다. 이러한 자동화 체계 덕분에 준비와 정리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강의마다 동일한 시작선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인력 측면에서도 전담 인력이 충분치 않은 현실을 감안해 운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서비스 수준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설계·구축하였습니다.
전산교육장은 KOBIC 전용이 아닌 준개방형 모델로 운영합니다. 지역 내 실습 전산교육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해, 학교·연구소 등 교육·연구 목적의 기관이나 중소벤처기업이라면 활용 신청을 하실 수 있으며, 이번 UST 교육처럼 KOBIC 구성원이 강사로 참여하는 맞춤형 생명정보 기초 교육도 가능합니다. KOBIC 홈페이지의 연구지원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시면, 내부 적정성 및 보안성 검토 후 교육 환경 구성, 지원 범위, 일정 조율에 대해 상세히 안내드리겠습니다. 공용 인프라로서의 보안과 신뢰성을 엄격히 준수하는 한편, 강좌의 목표와 데이터 특성에 맞춘 맞춤형 구성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KOBIC 전산교육장(제 52회 차세대 생명정보학 워크숍, 2025년 8월 28일)
- 작성자변익수 (KOBIC 선임기술원)
- 작성일2025-09-22
- 조회수57
- 댓글수0

대사증후군이란 혈압·혈당·중성지방·HDL·허리둘레 중 다섯 항목 가운데 세 가지 이상이 기준을 넘는 상태로서 심뇌혈관질환 및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신고가 되며,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인자가 더해져 발생하는 복합적인 질환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지질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중성지방(TG: triglycerides)이고 다른 하나는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HDL: high-density lipoprotein)입니다.
· 허리둘레: 남 ≥ 90 cm, 여 ≥ 85 cm
· 혈압: ≥ 130/85 mmHg 또는 약 복용
· 공복혈당: ≥ 100 mg/dL 또는 약 복용
· 중성지방(TG): ≥ 150 mg/dL
· HDL: 남 < 40 mg/dL, 여 < 50 mg/dL
필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포닥으로 근무하던 시절 국민건강영양조사 1만3,978명 자료 중 정제된 데이터(40대 이상, 남성 6,234명, 여성 7,744명)를 분석해 전통적인 식별 방식(체형 지표·혈액검사 등)과 간이 폐기능검사를 함께 보았을 때 대사증후군의 조기 식별력이 높아지는지를 살폈습니다.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중성지방이 남녀 공통의 핵심 경보 요인이었고, 체형 지표에서는 남성은 허리둘레–키 비율(WHtR: 허리둘레 ÷ 키, 0.5 전후가 경고선), 여성은 허리둘레가 상대적으로 식별력이 높았습니다. 여기에 폐기능 지표를 겹쳐 보면 놓치던 신호를 더 잘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폐기능은 두 수치를 함께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FEV1(forced expired volume in one second)은 “최대한 들숨 후 1초 동안 강하게 내쉰 공기량(1초간 강제호기량)”으로 짧은 시간의 기류와 기도 상태를 보여 줍니다. FVC(forced vital capacity)는 “최대한 들숨 후 끝까지 내쉰 총 공기량(강제폐활량)”으로 폐 용적과 호기 지속 능력을 나타냅니다. 두 값이 낮으면 활동량 저하·근육 감소·복부비만이 얽힌 대사–호흡의 악순환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40대 이상이거나 비만·운동 부족군이라면 연 1회 FEV1·FVC 검사를 권장합니다.
지질은 특히 중요합니다. 대사증후군 맥락의 지질 이상은 중성지방 상승과 HDL 저하를 가리키며, 혈관 염증과 지방 축적 위험을 키웁니다. 상담의 초점을 LDL 중심 → TG·공복혈당(GLU) 중심으로 재배치하면 생활 처방이 더 분명해집니다. 야식·정제 탄수화물·단 음료·과음은 중성지방을 급등시키는 대표 요인이므로 최우선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집에서 바로 측정하는 3가지
1. 허리둘레 + 한 줄 계산: 배꼽 높이에서 편히 숨 내쉰 뒤 재고, WHtR(허리(cm) ÷ 키(cm))를 적어 두십시오. 0.5 안팎이면 경고선입니다.
2. 검진표 첫 체크: 중성지방과 공복혈당입니다. 중성지방은 생활 패턴을 가장 빨리 반영합니다.
3. 숨 한 번: 정기 검진에 FEV1·FVC를 포함해 추이를 보십시오. 낮게 나오면 활동·근력·체중·수면을 함께 점검합니다.
건강을 되돌리기 위한 2주 리셋 루틴(쉽고 확실하게)
1. 식사: 저녁 탄수화물 절반, 단 음료 0잔.
2. 술: 주 2회 이하, 잔 수 상한(표준잔(standard drink) 기준(술 1잔 ≈ 순알코올 10 g)으로 남 ≤ 4잔, 여 ≤ 2잔). 물 → 안주 → 술 순으로 드십시오.
3. 운동: 하루 30분 빠르게 걷기 + 주 2–3회 맨몸 근력 운동(스쿼트, 팔굽혀펴기).
4. 수면: 취침 2시간 전 금식, 기상·취침 시각 고정.
5. 기록: 아침 공복에 체중·허리둘레를 적고, 2주 후 중성지방·혈당을 확인합니다.
근거 한 줄: 2주만으로도 식사 시간 앞당김과 탄수화물 감량에 따라 공복혈당·중성지방이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식후 10~30분 걷기는 당일 식후 혈당 곡선을 낮추고, 오래 앉아 있지 않는 습관(30분 마다 2~3분 서기·걷기·간단 스트레칭)은 다음 날까지 식후 중성지방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짧지만 확실한 변화”로 동력을 얻는 기간으로 보시면 됩니다.
왜 이 조합일까요?
중성지방은 생활 습관의 현재형 신호라서 체중 변화가 크지 않아도 야식·음주·수면 부족만으로 쉽게 출렁합니다. WHtR·허리둘레는 내장지방을 간편하게 비추는 지표라 단순 체중보다 예민합니다. FEV1이 낮으면 1초 내 기류/기도 상태에 제한이 있음을, FVC가 낮으면 폐 용적과 호기 지속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세 축을 함께 보면 ‘지금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한 줄 안내(공단 프로그램)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군 위험요인 1개 이상이면, The건강보험 앱 → 건강프로그램 → ‘대사증후군 건강관리’에서 약 6개월(24주) 단계별 안내·상담·문자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천을 붙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사증후군이 심혈관 및 대사질환에 미치는 분자생물학적 기전 [사진=분당서울대학교병원]
출처: [BRIC Bio통신원] 네이처 리뷰에 ‘대사증후군’ 최신 지견 집대성한 종설 논문 발표, https://www.ibric.org/s.do?dvXQOzwSSS
※ 본 글은 제가 수행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쉽게 풀어 쓴 안내문입니다. 변화 계획과 해석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주십시오.
- 작성자김상엽 (KOBIC 선임기술원)
- 작성일2025-09-15
- 조회수111
- 댓글수1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바이오·의료 빅데이터의 폭발적 성장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방대한 임상 기록, 유전체 데이터, 건강행태 정보는 질병 예측, 맞춤형 치료, 공중보건 정책 개선을 위한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바이오데이터는 연구의 부수적 산물이 아니라, 과학 혁신의 씨앗이자 공익을 향한 사회적 자산으로 간주된다.
병원에 쌓여 있는 건강검진 기록, 유전자 분석결과, 임상 데이터가 한데 모이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데이터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찾고,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의 잠재적 가치만큼 활용에 대한 민감성 이슈나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개인의 건강·생활 정보는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며,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와 사회적 신뢰가 흔들릴 경우, 아무리 선의의 목적이라도 연구는 정당성을 잃게 된다.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은 21세기 연구윤리의 중심 과제가 되었다.
데이터가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활용되는 것과 ‘나의 자산이자 권리’라는 인식 사이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오늘날 과학 연구는 이 딜레마 위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간대상 연구 또는 인체유래물 연구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반드시 충분한 설명에 기반한 자율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참여자가 사전에 연구목적 참여를 동의해야만 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이 있다. 권리와 자율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식이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연구의 주제가 바뀔 때마다 매번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대규모 통합 연구나 비교연구 등에는 다소 과정과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
둘째, 별다른 의사 표시가 없으면 참여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며, 원하지 않을 경우 동의 철회를 할 수 있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있다. 효율성은 높지만,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동으로 포함될 위험이 있다.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원칙적으로 옵트인을 요구한다. 그러나 공익적 목적이고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처리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옵트아웃을 허용한다. 이 경우에도 반드시 연구 목적, 거부 방법, 거부 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알리고, 철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영국의 UK Biobank는 5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건강 데이터 연구다. 처음에는 옵트인으로 참여 동의를 받고, 이후 병원 기록이나 건강 데이터 연계는 옵트아웃으로 운영한다. 참여자는 언제든 클릭 한 번으로 동의를 철회할 수 있고, 철회 즉시 데이터는 연구에서 빠진다. “처음에 확실히 물어보고, 이후에는 원하면 빠질 수 있게 하자”는 절충형 모델이다.
해외 주요국의 관련 사례를 살펴보면 같은 대상과 정보를 활용함에 있어 어떠한 제도적 설계와 신뢰 기반을 조성하는가에 따라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2013년 진료 데이터를 추출해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통합하고, 이를 익명화하여 보건 정책 및 연구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Care.data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국민들은 건강기록이 어디에 쓰이는지, 어떻게 거부할 수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 결국 이 사업은 개인정보 보호 및 환자의 선택권 문제로 인해 2016년 중단됐다.
2021년 새롭게 GPDPR(General Practice Data for Planning and Research) 제도를 도입하여 동의 거부 방법을 훨씬 간단하게 하고 안내를 강화했으나 안전 장치 및 신뢰 기반이 확보될 때 까지 무기한 유보 중인 상태이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전 국민의 의료기록을 국가 시스템에 자동으로 모으고, 연구에 기본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온라인으로 간단히 신청만 하면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 빠질 수 있다. 이 방식이 가능했던 이유는 공공 의료 시스템에 대한 높은 신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통해 연구 참여자의 동의권을 보호하고 있으며, 옵트인 방식의 동의만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에 대규모 공익 연구를 위해 위험이 낮고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에 한해서 거부권을 전제로 한 옵트아웃 방식을 일부 도입할지 여부가 논의 중이다.
데이터 시대의 연구는 ‘공익성’과 ‘자율성’의 두 바퀴로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 공익을 위해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되, 개인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자에게 연구 목적과 데이터 사용 범위를 설명하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동의 철회가 쉬운 디지털 기반의 거부·철회 시스템, 독립적인 감독과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신뢰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바이오 데이터는 공익을 위한 공공재이자 필수재이지만, 개인의 권리를 경시하거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연구와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을 향한 노력은 과학의 신뢰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앞으로 우리는 “데이터의 힘”과 “개인의 권리”를 함께 지키는 ‘제3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 작성자이천무 (KOBIC 책임)
- 작성일2025-09-08
- 조회수112
- 댓글수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