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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ICian’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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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평가위원풀 구성을 통해 본 국내 유전체 커뮤니티
  • 작성자 조광훈 (KOBIC 연구기사)
  • 작성일2024-11-24 14:06:57
  • 조회수658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는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의 데이터와 실물소재자원 관련 연구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운영되는 기관입니다. 본 센터에서 어느덧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회의, 행사 및 평가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국내 전문가들을 뵙고 자문과 발표 및 평가를 부탁드렸습니다. 이력뿐 아니라 추진 중인 활동 사항을 보면 세계 어느 전문가 그룹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가 생명과학 연구, 인프라 및 정책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의견과 조언을 제공해 주셨고, 대면 회의가 끝난 뒤에도 서면과 메일을 통해 연구 중인 내용까지 전달해 주실 때는 깊은 열정까지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All of Us, UK Biobank 등 선진국들의 유전체 데이터 구축이 앞서 진행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유전체 데이터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이라는 다부처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분야에서는 역대 최대급 예산이 편성된 대규모 사업인 만큼, 매주 해당 부처와 기관이 모여 점검 회의와 협의체 회의 등을 해왔고,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의 관심과 조언이 수시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사업에서 유전체 정보 생산 및 분석이라는 중요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KOBIC은 최근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규모의 유전체 관련 용역과제 선정 평가를 위해 엄청난 외부의 관심 속에 기술제안서 평가위원회 구성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평가대상 업체 또는 장비와 연관된 이해당사자가 포함되지 않도록 하고, 원내와 원외 위원 비율을 조율하는 등 사전에 면밀한 검토와 협의를 거쳐 자격 조건을 수립하였습니다. 이를 충족하는 평가위원 후보를 다양한 관련 분야 및 기관으로부터 추천받아 3배수 이상의 평가위원풀을 구성한 뒤 무작위로 평가위원을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전 과정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였습니다. 이렇게 글로 써 놓으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무자에게는 대단히 까다롭고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원회 구성 및 제안서 평가를 모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자 커뮤니티 규모를 파악하는 방법의 하나는 분야별 학회의 동향과 규모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회마다 수시로 변동하는 회원 수를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고, 회원 수를 공개하는 학회도 많지 않습니다. 차선책으로 학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커뮤니티의 규모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분야를 나누는 기준 또한 다양하겠지만 제3차 국가생명연구자원 기본계획(’20~’25)14대 소재 클러스터를 기준으로 분야별 학회를 살펴보면 주로 70-80년대에 설립되었고, 한국미생 물학회는 1959년에 설립되어 그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유전체 정보 생산 및 분석 분야는 융합과학으로 다른 기초 학문과 왕성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커뮤니티 범주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지만, 대표적인 학회에는 한국유전체학회와 한국생명정보학회가 있습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개시된 1990년과 맞물려 1989년에 설립된 한국유전체학회는 국내 유전체 분야 역사를 대표하고 있고, 한국생명정보학회는 1998년에 설립되어 학계와 산업계 간 왕성한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인 115일부터 9일까지 덴버에서는 미국 인간유전학회(American Society of Human Genetics, ASHG)의 연례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ASHG는 미국 연구자 및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간 유전체 연구 커뮤니티 중 하나로서 75년의 역사와 8,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작년 수준(8,200여 명)을 능가하는 참가자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필자도 참가하여 최신 연구 동향을 직접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 개최지인 덴버는 고산지대답게 한국보다 춥고 폭설이 겹치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유전체 분야 관련 학교, 회사, 연구소에서 참석하여 Colorado Convention Center를 가득 메울 정도로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이제 생명과학은 데이터 분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단백질 구조를 예즉하는 모델인 알파폴드의 개발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를 위해서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 단백질 구조, 다중 서열 정렬, 단백질 접촉 지도 등 가 사용되었습니다. 인공지능 및 데이터가 함께하는 현대 과학은 앞으로 무병장수와 같은 난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해부터 본격 시작된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국민적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고의 팀이 모여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사업의 단계가 끝나는 5년 뒤, 또는 10년 뒤에는 대규모 인간 유전체, 임상 샘플 및 의료정보 등 대규모 자원이 구축되어 국내 유전체 기반 연구 인프라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본 사업과 함께 우리나라 유전체 전문가 커뮤니티도 같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산업계와 학계가 공생하여 발전하고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KOBIC이 일등 공신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KOBICian’s story는 KOBIC 멤버가 직접 작성하는 현장감 넘치는 글로서 KOBIC의 업무 방향이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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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독 한국의 기업인이 많이 아쉬워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일이 있습니다. 모델로 삼아야 할 사람이 사라졌다고. 실제로 누가 이런 말을 했는지 찾아달라고 챗GPT에게 물어 보았으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한국 기업인들은 갑작스러운 그의 부재에 대하여 당혹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Direct-To-Consumer(DTC, 소비자대상직접시행) 유전자 분석 산업을 선도해 왔던 미국의 23andMe가 지난달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자산 매각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이 회사를 모델로 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개인 유전체 정보 기반 산업의 발전을 위해 관련 규제 혁신을 외치던 저 역시 몹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검사 업체가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유전자검사는 개인 식별이나 질병 예방·진단·치료 등에 활용할 의학적 목적에 한해서 자격을 갖춘 업체만이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러한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재)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의 평가를 받아야 하며, 반드시 의료기관을 통해서 검사를 의뢰해야 합니다.

 

이와 달리 DTC 유전자검사는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검사를 신청하는 것을 말합니다. (재)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질병에 미치는 유전적 연관성은 낮으나 유전체연구를 통해 쌓인 통계학적 결과에 근거하여 특정 유전형과 검사대상자의 영양, 생활습관 및 신체적 특징과의 관계, 즉 웰니스(wellness)에 대한 검사나 유전적 혈통 등을 알아보는 검사를 뜻합니다. DTC 유전자검사 역시 검사역량 평가 및 인증 제도를 통과한 기업이 각자 인증을 받은 항목에 대해서만 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즉, 허용되는 검사 항목을 나열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목록’ 방식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2025년 4월 초 현재 205개의 항목이 허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형 탈모의 경우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등 15개 기업이 검사를 할 수 있지만, 피부 수분 함유량은 ㈜테라젠헬스만 가능합니다. 

 

겨우 205개 항목(205개 유전자가 아님)에 대한 검사만 시행할 수 있다고 하니, 현재 고도로 발달한 유전체 지식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2년 DTC 유전자검사 인증제도가 처음 시행되어 6개 기업이 통과했을 때(최대 70개 검사항목)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입니다.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려면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그 결과와 관련하여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시하는 연계 서비스를 하려 해도 기능 향상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에 대해서 보수적인 것은 가이드라인에서도 밝혔듯이 유전형에 대한 정보가 개인의 형질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의 실마리에 불과하므로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의 제공으로 인한 오도의 우려가 높아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학적 목적의 검사와 웰니스 관련 검사가 과연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DTC 유전자검사 결과로 추천하려는 건강기능식품의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임상시험 수준의 근거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은 미국의 사례에서 희망을 찾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23andMe는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공동 설립자이자 최근까지 CEO였던 앤 워지츠키가 역시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2007년에 결혼을 했고, 여기에 구글이 투자를 했다는 사실도 화제를 낳았습니다. 특히 ‘Spit Party’라고 하여 침 샘플을 받아서 보내면 이로부터 유전 정보를 분석하여 건강과 조상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마케팅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는 유전자 검사에 흥미라는 요소를 더하여 대중화하는데 기여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이 사업의 여정이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2013년 FDA는 23andMe가 제공하는 질병 관련 정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소비자에게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아서 강력한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암흑기를 거치면서 23andMe는 족보나 조상 찾기 서비스에 집중을 하였습니다. 이민자의 사회인 미국에서 당신의 조상이 어디에서 왔는가는 늘 흥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유전체 데이터베이스가 점점 축적되고, 2015년 FDA가 제한적 허가를 내리면서 일부 유전질환에 대해서 건강정보 제공을 재개하게 되면서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게 됩니다. 이 황금기를 일컬어 DTC 2.0이라고도 합니다. 2018년에는 DB 활용에 대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3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 및 공동 연구 제휴를 체결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웰니스 관련 항목만 허가를 하고 있으니, 미국 DTC 암흑기에서 너무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한때 약 50억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던 혁신적인 기업이 왜 파산의 위기를 맞았을까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2023년 10월에 발생한 해킹 사건으로 700만명이나 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바람에 3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게 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주 단순하게 바라보자면 투자금을 능가할 수 있는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해 내지 못하면 기업은 존속하기 어렵습니다. 블록버스터 신약급에 해당하는 ‘큰 것’을 터뜨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창의적인 발상에 방해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고, 일부 암 질환을 제외하면 유전자는 평생 변하지 않으니 유전자 검사는 일회성에 그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포화된 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23andMe가 새로운 사업모델을 가지고서 DTC 3.0의 르네상스를 열게 될지, 또는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앤 워지츠키는 CEO에서 물러난 뒤 회사를 직접 인수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만약 23andMe의 소유자가 바뀌게 되면, 보유 데이터에 대한 프라이버시 정책이 바뀔 수도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우리가 그대로 뒤따르게 되리라는 섣부른 예측도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이라는 영광스런 이름 뒤로 사라져 간 수많은 IT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심지어 글로벌 대기업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을 꼭 되밟으며 가야만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전례’가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복잡한 사건의 원인 분석하여 통찰력을 얻기에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통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고객이 지갑을 더 열게 만들려면 실질적인 가치를 반드시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한 고민을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KOBIC이 소중한 마중물 역할을 하여 국내 DTC 산업이 독자적인 모델을 찾아서 발전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작성자정해영
  • 작성일2025-04-21
  • 조회수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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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챗GPT를 이용하여 개인 프로필 사진이나 가족 사진을 스튜디오 지브리 또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바꾸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지난 3월 하순 공개된 챗GPT-4o의 새로운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이용하려고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요청 때문에 오픈AI의 샘 올트만이 ‘GPU가 녹고 있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듯, AI 기술 또한 작년 노벨상 수상을 통해 확인된 과학적 성과에 이어서 일반인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사회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늘 기대감과 실망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를 이해하고 옹호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다가 급기야 일상적 활용이라는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쳐 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주요 사건이 일어날 때 AI와 관련된 회사의 주가가 요동치고, 미디어나 언론에서는 AI 관련 광고 및 보도가 쏟아지는 것은 AI가 우리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제 전환점을 맞고 있는 AI 기술은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생명과학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발표한 ‘202510대 생명과학 미래유망기술, 편집/리프로그래밍(Edit) 분야의 대표 사례로 'AI 기반 유전자 편집기' 기술이 포함되었습니다. 희귀 유전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유전자 편집 기술은 더 이상 미래의 과학이 아닙니다. 특히 AI가 설계한 유전자 편집기는 정밀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의료기술의 진화 속도를 급격히 앞당기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AI가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학습하여 특정 유전 질환에 적합한 유전자 편집 전략을 스스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입니다.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은 CRISPR-Cas9 이후 빠르게 발전했지만, 비의도적 변이(off-target), 정확도 부족, 설계 복잡성 등의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으며,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AI는 다양한 유전자 정보를 학습하여 특정 질환에 최적화된 가이드 RNA(gRNA)를 자동으로 설계하고, 비의도적 변이 위험까지 예측하는 기능을 갖추었습니다. 기존에는 수작업으로 며칠씩 걸리던 편집 설계가, AI 기반으로는 수 시간 내에 완료됩니다. 이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속도와 정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OpenCRISPR-1’이나 ‘CRISPR AI’와 같은 AI 기반 공개형 서비스를 활용해 실험 설계와 편집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미국 바이오기업인 Beam TherapeuticsCRISPR Therapeutics는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 설계 플랫폼을 사업화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 벤처들도 이러한 기술 흐름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이러한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2024.04.)를 통해 AI 기반 유전자·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며, 보건복지부와 함께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2021~2030)을 통해 유전자 치료 기술의 전주기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연구데이터의 통합 수집·제공 체계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KOBIC고품질의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자들에게 데이터 기반 분석 환경을 제공 및 바이오 데이터를 전처리·표준화·구조화함으로써 다양한 AI 알고리즘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예컨대, 딥러닝(CNN, RNN)을 활용한 유전자 기능 부위 예측, 생성형 AI(LLM) 기반의 염기서열 생성, 혹은 유전자 편집 도구의 자동 설계 등에서 이러한 데이터는 핵심 자원으로 활용됩니다. 나아가, KOBICAI 학습과 의료 응용을 연결하는 데이터-기술 연계 생태계의 중심축, AI 기반 정밀의료의 허브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는 윤리적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생식세포 수준의 유전자 편집은 '인간 개량' 논란이라는 민감한 문제와 연결됩니다. 따라서 의료 목적에 한정된 제한적 사용,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공 감시 체계, 국제적 윤리 기준 정립 및 협력 체계 구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기술의 효율성만큼이나 윤리적 정당성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이 폭넓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몇 가지 핵심 과제를 병행해야 합니다. 첫째, R&D 투자의 확장은 물론, 데이터 큐레이션·분석·AI 알고리즘 개발까지 아우르는 융합형 실전 인재 양성이 절실합니다. 둘째, 산업계와 연구계가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표준화된 공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셋째, 국민적 수용성과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한 교육과 과학 소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규제 및 정책 체계 마련도 필수적입니다. 이는 혁신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안전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균형 전략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AI 기반 유전자 편집기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정밀의료, 맞춤형 치료, 차세대 신약 개발을 통합하는 미래의료의 핵심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상용화 과정에서 기술 안전성, 비용 문제, 인프라 구축 등의 현실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극복해 나간다면 유전자 질환에 대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정부, 연구기관, 산업계가 공동의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고 긴밀히 협력할 때, 이 기술은 인류의 건강 증진과 생명과학 혁신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 작성자박성진
  • 작성일2025-04-10
  • 조회수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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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과 빅데이터 처리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국가 단위의 대규모 유전체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UK Biobank 프로젝트와 미국의 All of Us 프로젝트는 국가 차원의 사업을 통해 방대한 양의 유전체 데이터와 임상 정보 및 시료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글로벌 연구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가 대규모 유전체 및 오믹스 정보 생산 및 분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유전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개인별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방식의 유전체 분석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전체 분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적 변수들도 존재하고 있으며,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변수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극복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됩니다.

 

이 중에서 대규모 유전체 분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기술적 요인 중 하나로 배치 효과(batch effect)’가 있습니다.

배치 효과란 실험 과정에서 기술적 변수들로 인해 데이터 편차가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동일한 연구 프로젝트 내에서도 서로 다른 시기에 수집되거나 다른 시퀀싱 플랫폼으로 생산한 샘플 간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간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시퀀싱 기술의 발전이나 실험 조건의 변화 등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데이터 생산 시기에 따라 기술적 편차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Illumina HiSeq 등 특정 시퀀싱 플랫폼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 들어 NovaSeq 시리즈와 같은 보다 진보된 플랫폼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플랫폼이라도 시약이나 분석 방법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 편차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배치 효과는 단순한 기술적 차이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분석에서는 중요한 결과 왜곡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환자군과 정상 대조군 사이의 유전적 변이를 비교하는 질병 관련 연구에서는 배치 효과로 인한 기술적 차이가 마치 질병과 연관된 유전적 요인으로 잘못 인식되어 거짓 양성(false positive)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후속 연구와 임상 적용 단계에서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배치 효과를 정확하게 탐지하고 보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국내에서 진행한 대규모 게놈 프로젝트(1만명 급)에서 배치 효과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한국인의 집단 특성상 유전적 동질성(homogeneity)이 높아 작은 기술적 편차가 분석 결과에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분석 과정에서는 기존의 일반적인 배치 효과 보정 방법을 적용했으나 완전한 보정이 어려웠고, 추가적으로 대립유전자 균형 편향(allele balance bias)와 같은 품질 지표를 활용해 배치 효과를 더 세부적으로 탐지하고 보정하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한 사례에서 효과적이었으나, 다른 연구에서는 다양한 추가적인 기술적 접근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대규모 유전체 분석에서 배치 효과 보정은 연구자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치 효과가 유전체 분석의 유일하거나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의미는 아니며, 데이터 품질, 샘플링의 정확성, 인구학적 특성 등 여러 요소와 함께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장기간 진행되는 국가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기술적 이슈들을 관리할 수 있는 접근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배치 효과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적 변수들에 대한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해결 노력이 있을 때, 대규모 유전체 프로젝트는 더욱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궁극적인 목표인 정밀의료 및 개인 맞춤형 의료를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술적 고려사항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 작성자전연수
  • 작성일2025-04-06
  • 조회수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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