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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ICian’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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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유전체 박물관, 그 후 일 년
  • 작성자 정해영 (KOBIC 센터장/책임연구원)
  • 작성일2025-02-28 20:00:24
  • 조회수654
  • 댓글수0

정말 더디게 봄이 온다고 생각했는데 휴대폰으로 바깥 온도를 확인해 보니 무려 영상 16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올해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는데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서 벌써 3월, 새봄이 찾아왔습니다.

 

꼭 1년 전 제가 썼던 KOBICian’s Story 1호의 글 제목은 ‘유전체 박물관 - 자료(資料)와 사료(史料) 사이에서’였습니다. 3월 3일을 공개일로 설정한 데이터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총 23개의 바이오프로젝트를 등록하였습니다. 미생물에서 유래한 데이터가 전부라서 데이터 자체의 용량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혹여 이 오래된 데이터를 교육이나 참고 목적으로 이용할 분들을 위해서 데이터 파일과 함께 설명 자료를 작성하는데 정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때로는 먼지 냄새가 나는 연구 노트를 뒤적이며 샘플 준비와 정보 분석 과정을 다시 기억해 내면서 연구 시나리오를 재구성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것은 K-BDS 설계·개발 및 유지보수, 그리고 제출된 데이터의 검수를 책임지는 담당자들과 계속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등록자 입장에서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간혹 벌어지는 접속 장애 현상을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의 웹사이트처럼 느껴지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데이터 등록 표준 양식을 계속하여 손질하고, 연구계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 표준안을 만들어내는 담당자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전체 박물관(혹은 유전체 고물상?) 작업 난이도의 ‘끝판왕’은 바로 3월 3일에 공개될 미생물 유전체 시퀀싱 자료의 묶음이었습니다. 원래 이 프로젝트는 제가 2013년도에 KOBIC에 근무하던 시절에 추진했던 것입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KCTC)에서 보유한 당시 유전체 미해독 표준균주 및 생명연 소속 개인 연구자가 갖고 있던 미생물 균주 72건을 모아서 연구소 내 HiSeq 2000으로 유전체를 해독했습니다. 기초적인 QC와 조립을 마친 결과 파일은 균주를 제공한 연구자에게 돌려드린 후 각자 유용 유전자 탐색이나 논문 출판 등의 용도로 활용하시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샘플 수집에 대한 공통적인 목적 같은 것이 원래 없었기 때문에, 전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평가하려는 시도는 10년이 넘도록 하지 못하였고 다만 각 균주에 대해 개별적인 논문이 몇 편 나가고 말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원 데이터와 조립 결과물을 K-BDS에 등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작년 말부터 제가 직접 나서서 등록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실은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외국에서 동일한 표준균주의 유전체 정보를 생산하여 이미 NCBI 등에 등록해 버렸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제가 한꺼번에 다루었던 미생물 유전체 데이터 중 그 수가 가장 많았던 것은 병원체인 Acinetobacter baumannii(N=99, PRJNA448358)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수치상으로는 이보다 적은 72개 샘플이지만, 전자의 경우는 한 곳의 병원에서 분리한 동일 종 세균이었고 분석 및 논문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반면 이번에는 자료를 뒤져서 제각기 다른 균주의 분리 시기와 장소 등의 정보를 최대한 찾아내고, 유전체 조립까지 이어지기에는 상태가 좋지 않은 데이터를 걸러냄과 동시에, 과연 정확한 샘플을 가지고 실험을 한 것이 맞는지 최종 결과물의 분석을 통해 확인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데이터 업로드를 해 놓은 상태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느라 관리자에게 몇 번이나 반려를 요청했는지 모릅니다. 2024년 말에 오픈된 K-BDS 고도화 버전에서 제공하는 엑셀 형태의 웹 입력 양식이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껴졌으나, 이제는 너무나 편리하여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칭찬을 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만약 K-BDS가 더욱 고도화를 거쳐서 수시로 변하는 미생물의 분류 체계를 반영하여 샘플의 ‘correct name’이 늘 유지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QC를 통과하지 못한 샘플 8건은 원본 FASTQ 파일과 중간 분석 결과물을 묶어서 ‘미생물 유전체의 저품질 일루미나 시퀀싱 사례’라는 제목의 기타 데이터 타입으로 등록하였습니다. 망친 데이터를 등록하다니? 맞습니다. 기이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험 현장에서 이런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저품질 시퀀싱 결과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파악한다면, 실험 과정이나 자원 관리 등에서 개선을 해야 할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균주를 제공해 주신 연구자께도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균주 분리 당시의 정보는 많은 시간이 경과한 지금 찾기 쉬운 형태로 남아 있지는 않기 때문에, 저의 갑작스런 부탁을 받고 예전 기록을 뒤져서 바이오샘플 메타데이터 파일에 채울 정보를 찾아 주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균주 분양에 관한 정책을 확인해 주시고 검토를 거쳐 분양 가능 상태로 전환해 주신 생물자원센터 관계자께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최종적으로 56건의 데이터가 KRA에 등록되었고, 유전체 조립물의 KNA 등록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포함되어 있던 Paenibacillus azoreducens 표준균주는 아직 그 누구도 해독을 한 일이 없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이 조립물은 NCBI에 중복 등록을 하였습니다. 그래야만 다른 참조 유전체와 같이 취급되어 전세계 연구자들에게 퍼져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KNA에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모이고, 이것이 ‘데이터 브로커링’을 통해서 INSDC를 거쳐 활발히 퍼져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K-BDS가 지명도를 얻고 국제화에 다가가는 길일 것입니다.

 

KOBICian’s story는 KOBIC 멤버가 직접 작성하는 현장감 넘치는 글로서 KOBIC의 업무 방향이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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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개발자가 어두운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카페인 음료와 담배에 의존해 밤을 지새우는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정보화사업에서는 이러한 이미지에 가까운 분야가 바로 시스템 통합(SI, System Integration)이며, 이렇게 구축된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관리하는 것이 시스템 관리(SM, System Management)입니다. 두 영역 모두 개발자가 중심이 되는 사업이지요.

 

앞서 「KOBICian’s Story 24호」에서는 IT 컨설팅을 다룬 바 있습니다. IT 컨설팅이 경영 중심으로 ICT 도입 방안을 제시하는 단계라면, SI는 그 방안을 실제 전산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과정입니다. 사전적으로 SI는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소프트웨어·하드웨어·네트워크 같은 유형의 제품과 컨설팅·설계·유지보수 같은 무형 서비스를 통합하여 종합 전산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뜻합니다. 이는 다양한 자산들을 소프트웨어로 연결해 기업이나 기관의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완성된 시스템은 전산 인프라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전산시스템은 건물을 짓거나 다리를 놓는 것과 같이 대규모 인프라 구축으로 취급합니다. 따라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이 추진되며, 완성 후에는 감리를 통해 제대로 구축되었는지를 점검받습니다. 수억에서 수천억 원 규모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흔하고, 수십에서 수천 명의 개발자가 짧은 기간에 동시에 투입되기도 합니다.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PM(Project Manager), PL(Project Leader)과 운영지원, QA(Quality Assurance) 인력 등을 배치하며 규모에 따라 PMO(Project Management Office)까지 구성해 표준화된 방법론과 개발프레임워크를 활용합니다.

 

SI 사업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기능(function)’입니다. 특정 비즈니스 요소별로 정의된 기능의 개수와 난이도에 따라 사업비가 산정되며, 이를 FP(Function Point)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제안요청서의 기능 요구사항과 비기능 요구사항을 구분하여 개발 범위를 예측합니다. 기능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직접 관련된 부분을 의미하고, 비기능은 그 외의 요구사항을 포함합니다. 단기간에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다 보니 프리랜서 개발자도 많이 투입됩니다. 10억짜리 프로젝트에 20명이 필요한데 사업자가 회사 내 가용 인원이 15명 밖에 없다면 5명은 프리랜서 개발자를 고용합니다. 또한 사업 단계별로는 반드시 상세한 산출물 문서를 작성해야 하고, 최종 감리 단계에서는 이 산출물들이 꼼꼼히 검토됩니다. 대부분의 SI 사업은 고객사 내부 또는 근처에 마련된 대규모 임시작업장에서 합숙과 비슷한 형태로 수행됩니다. 그러나 많은 인력이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작업하다 보니 근무 환경이 열악해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시스템은 이후 운영 단계로 넘어가며, 이 과정이 바로 SM 사업입니다. SM은 구축이 끝난 전산시스템을 장기간 유지·관리하는 사업으로, SI가 단기간의 과업이라면 SM은 중장기 과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업비 산정은 투입 인력 대비 기간(man/month) 기준으로 이뤄지며, 운영이 끊기지 않도록 공백 없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SM에서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보안 패치를 수행하고, 장애가 발생하면 복구하며, 업무 환경의 변화에 맞춰 시스템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신규 게시판을 만드는 등 소규모 요구사항까지 대응합니다. 개발자들은 고객사에 상주하며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A사 소속이지만 B사로 출근해 B사의 업무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형태가 10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프로젝트 종료 후 곧바로 다른 고객사로 재배치됩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기관에서는 SI는 외주로 맡기더라도 SM은 내부 인력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조달청의 「2023 공공조달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가·공공기관의 2023년 전체 정보화사업 사업비는 6조 7,431억 원 규모이며 이 중 SI는 약 1조 8,050억 원, SM은 약 2조 9,784억 원으로 SI와 SM 사업이 전체 정보화사업 규모의 약 71%를 차지합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과 개발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환경을 개선하고 있으며, 이에 전자정부 시스템의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전자정부 수출액은 약 5억 2,381만 달러로,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정보화사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I와 SM은 정보화사업의 양대 축이자 ICT 생태계를 움직이는 핵심 분야입니다.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디지털 혁신을 뒷받침하는 기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개발자들의 전문성과 기업들의 역량이 높아져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의 정보화사업이 더욱 빛을 발하기를 기대합니다.

  • 작성자임일권
  • 작성일2025-09-01
  • 조회수80
  • 댓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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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에 달리기에 입문하여 어느덧 13개월차를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달린 누적 거리는 어제 기준으로 960km를 넘었습니다. 새로 시작한 일을 중도 포기하지 않고 1년이 넘게 지속하고 있으니 이제는 달리기가 아주 수월하고 자연스런 일상이 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즐거움과 기대감으로 부풀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뛰러 나간 적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 오늘은 정말 뛰기 싫다! 딱 3km만 뛸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준비운동은 늘 부족하여 첫 1km를 뛰는 동안은 몸이 풀리지 않아서 정말 힘이 듭니다. 그러나 2km에 근접해 가면서 엔진이 예열되듯 조금씩 편안한 느낌이 들고, 어느덧 몸은 반환점을 돌고 있습니다. 요즘 달리기가 인기 있는 운동임을 증명하듯, 지난 몇 달 동안을 관찰해 보면 확실히 동네 주변을 뛰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마라톤 대회 신청은 순식간에 마감이 되어 국외 대회로 나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조깅과 러닝을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조깅은 보통 시속 6~8km의 편안하고 느린 달리기(뛰면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이고, 러닝은 시속 8km 이상으로 본인의 최대 심박수에 가깝게 운동하는 달리기라고 합니다. 페이스란 1km를 달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분으로 표현한 것으로 7분 30초보다 적어야 러닝인 셈입니다. 흔히 600 페이스, 즉 6분에 1km를 달리게 되면 초보자를 벗어난 수준이라고들 합니다. 물론 이 상태로 30분 이상을 뛸 수 있어야 합니다. 6분 페이스는 30분에 5km, 1시간에 10km에 해당하므로 계산하기도 쉽습니다.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세 시간에 달리려면, 즉 sub-3 러너가 되려면 416 페이스(4분 16초)보다 더 빨라야 합니다. 100미터를 25.6초로 세 시간 동안 달려야 하는 것이지요!


6개월 정도 달리기를 지속하면 저는 당연히 6분의 페이스로 진입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과 5월에 한번 씩 달성한 것이 유일합니다. 사실 별도의 하체 근력 운동이나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 중년 남자가 파격적으로 기록이 좋아질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번 여름은 몹시 더워서인지 속도를 내기가 더욱 어려웠습니다. 요즘은 이틀에 한 번, 640~650 페이스로 7km를 달리고 있습니다. 아주 드물게 8km나 10km를 채우기도 합니다. 달리기를 계속하면 심박수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요즘은 측정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달리기가 아무런 후유증이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저녁식사를 하고 2시간 이상이 지난 뒤 밤늦은 시간에 달리기를 하게 되니, 아무리 운동 후 달게 잔다 하여도 그 다음날은 피로감이 느껴집니다. 만약 아침에 일어난 직후 달리기를 한다면 하루 종일 더 피곤하겠지요? 하지만 아침과 밤 언제 뛰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습니다. 밤에 뛰면 오히려 정신이 각성이 되어 깊은 잠이 들기 어려울 수 있고, 아침에는 대기 중의 공해물질이 내려와서 지표면에 가장 많이 쌓여 있을 때라고 합니다. 무릎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간혹 무릎 뒤나 장딴지가 뻐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만, 대부분 하루 쉬는 동안 나아집니다.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틀에 한 차례 수 km 달리는 정도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관절이나 근육에 누적되는 부상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뛰면서 돌부리 같은 것에 걸려 넘어지거나 자전거 등과 충돌하지 부딛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2년 전 계단에서 넘어져서 몇 개의 갈비뼈와 위팔뼈가 부러져 본 사람은, 그 아픔과 후유증을 너무나 잘 압니다. 사실 달리다가 넘어져서 생긴 상처가 몸 두어 곳에 남아 있습니다.


지난 7월의 종합건강검진에서 제 몸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내심 기대를 하였었습니다. 그러나 체중이 2kg 정도 줄고 체지방률이 3% 줄어든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근육량이 약간 늘지 않았을까 기대했지만 오히려 200g 정도 줄었더군요. 역시 추가적인 근력 운동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근손실이 많아지니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근육 운동을 하라는 것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간혹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2~3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말 듣고서 욕심을 내면 곤란합니다. 과도하게 높은 목표를 세우고 무리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5km나 10km 달리기 대회에 '마라톤'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하프 마라톤' 정도는 뛸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와 같이 특별히 추가적인 훈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주 이따금 10km를 뛰는 것은 가능합니다. 물론 페이스는 7분을 훌쩍 넘어가겠지요. 그러나 20km를 쉬지 않고 뛰려면 반드시 훈련이 필요합니다. 


제가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결국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세, 건강수명은 73세라고 합니다. 즉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은 병원을 전전하거나 거동 불편을 겪으며 돌봄 대상이 되어 살아야 합니다. 이 기간을 줄이려면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 유산소 운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달리기는 아주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지요. 그러나 근육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코어와 둔근 운동도 병행해야 합니다. 꼭 클럽에 가서 '쇠질'을 하지 않아도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고 하니, 게으른 저도 방법을 찾아 봐야 되겠습니다. 그런데 플랭크, 사이드 플랭크, 버드독, 브리지, 런지 등 근력운동 이름은 우리말로 바꿀 수 없을까요?


수명은 프로그래밍되어 있지만 노화는 질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질병은 알약 몇 개로 고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운동을 포함한 좋은 생활 습관, 좋은 음식,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약 49만명에 이르는 UK Biobank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환경 요인(exposome)은 전체 사망 위험의 약 17%를 설명한 반면, 유전적 요인은 겨우 2% 미만이었다고 합니다(Integrating the environmental and genetic architectures of aging and mortalityNature Medicine, 2025; DOI: 10.1038/s41591-024-03483-9). 

 

이 연구에 대하여 덧붙인 '유전자는 주사위를 쥐여주지만, 그 주사위를 어떻게 굴릴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라는 과학자의 논평에 눈길이 갑니다(https://www.sciencemediacentre.org/expert-reaction-to-study-looking-at-genetic-and-lifestyle-factors-and-premature-death-ageing-and-age-related-diseases/). 돈이 많이 드는 유전체 연구는 물론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나의 건강 증진과 노화 억제'를 위해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가벼운 옷과 운동화를 신고 바깥으로 나갑시다. 신발은 600~800km를 달린 뒤 새로 사실 각오를 하시구요. 좋은 음식도 물론 중요합니다. 요즘 인기 있는 개념인 저속노화(서울특별시 건강총괄관 정희원 박사)에 대해서도 찾아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작성자정해영
  • 작성일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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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소재 다부처 회의 개최 업무와 ANRRC 간사 경험을 중심으로

국제 행사를 준비하거나 다부처 회의를 진행하는 일은 겉으로 보면 화려하고 정돈된 과정처럼 보입니다. 회의장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자료, 반듯한 명패와 준비된 음료, 그리고 시간을 맞춰 들어오는 참석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뒤에는 오랜 준비,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의 싸움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여러 부처와의 협력을 위한 다부처 바이오소재 중앙은행 협의회와 바이오소재 성과교류회, 그리고 아시아 생물자원센터 네트워크(Asian Network of Research Resource Centers, ANRRC)의 국제행사를 주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한 ‘행사 준비’ 이상의 일이 포함됩니다.

 

1. 다부처 소통: 같은 국어를 쓰지만 다른 세계

바이오소재 분야는 학문적·산업적으로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그래서 한 부처가 전담하지 않고 여러 부처가 연계해 사업을 수행합니다. 문제는 각 부처가 같은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세부 목표나 우선순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업무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중립적이면서도 명확한 의사전달’입니다. 어느 한쪽의 용어를 그대로 쓰기보다는 서로 다른 관점을 아우를 수 있는 표현을 선택하고, 회의 전 자료를 공유해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준비합니다.

 

2. 국제 협력: 시차보다 어려운 것은 문화차

ANRRC 간사로서 EB(Executive Board) 멤버들과 연락할 때 시차는 기본 난관입니다. 아시아권의 경우 2~3시간 차이지만, 호주처럼 낮과 밤이 완전히 반대인 경우에는 메일을 보내고 회신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진짜 어려운 것은 시차보다 문화 차이입니다. 어떤 나라는 이메일 회신이 빠르고 간결한 반면, 어떤 나라는 답변이 거의 오지 않기도 합니다. 또 회의 초대장에 단체 대표 등의 기관을 대표하는 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회신 없이 참석을 확정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각 나라의 관례를 존중하되, 기본 절차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각 멤버가 편한 방식으로 대응하되, 우리 내부에서는 반드시 문서 기록을 남기고 공유합니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 간 민감한 이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대만을 ‘Taiwan’이라고 표기해도 문제가 없지만, 회의 참석자 중 중화권이 있다면 ‘Republic of China(중화민국)’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행사 주관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

국내외 행사 개최에서 가장 큰 고충은 ‘예상치 못한 상황’입니다.

한 번은 행사가 이미 시작됐는데 발표자가 자료를 전달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발표자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발표 순서를 갑자기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제 행사에서는 통역 장비나 네트워크 환경에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래서 저는 발표자나 참석자들에게 항상 두세 차례 사전 연락을 합니다. 발표 자료 제출 기한을 충분히 두어 발표자가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행사 1개월 전, 1주일 전, 전날, 그리고 당일에도 가능하면 유선 연락을 취해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합니다.

그 외적으로 이와 같이 큰 규모의 행사를 치르려면 이런 전문 업체와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아주 좁게는 음향이나 영상 장비 설치·운영만 맡길 수도 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영역에서 관여하게 되고, 심지어 회의 분위기 조성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발표자 프롬프트 제공이나 프로그램 사이의 배경음악 준비 등과 같은 부분입니다. 또한 행사를 진행하는 초기 단계부터 행사의 분위기에 맞는 색상의 조정 및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 참여와 지원을 받아 진행합니다. 이러한 협력은 현장에서의 변수를 줄이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렇게 변수를 줄이려 노력하더라도, 행사 당일 갑작스럽게 생기는 상황에는 여전히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4. 배운 점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행사의 성공 여부는 ‘행사 당일’이 아니라 ‘그 전의 준비 과정’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부처 간 이해관계를 미리 조율하고, 국제 파트너와 신뢰를 쌓으며, 모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 이것이 진짜 핵심입니다.

또한 주최 측이 항상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 오히려 참가자가 편안하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하다. 결국 성공적인 회의나 행사는 ‘잘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냅니다.

 

5. 맺으며

앞으로도 저는 다부처와 국제 네트워크를 잇는 ‘연결자’ 역할을 계속할 것입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이해관계를 하나의 목표로 모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은 큽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는 또 다른 행사와 협력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 작성자하경수
  • 작성일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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